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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투쇼 레전드 에피소드 - 노부부의 한입만

제목: 노부부의 한입만

 

몇개월 전, 군산의 한 대형마트 푸드코트에서 있었던 일 입니다.

늦은 점심을 먹느라고 테이블에 혼자 앉아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죠
4인용 테이블이었어요

근데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오시더니

제 옆에 턱 앉으시는 거예요 비어있는 자리가 많은데
굳이 제옆에 앉으시더군요

 

나: 할머니 저 쪽에 빈자리가 많은데요
할머니: 몰러! 여기가 제일 가까워!

 

그때 할아버지 한분이 냉면 한그릇을 들고 제쪽으로 오시더니
할머니 맞은편에 턱 앉으시는 거예요 제테이블에요
두분은 일행이셨어요

같이 앉아있으니 마치 저도 일행 같았어요

할아버지는 혼자서 빠른 속력으로 냉면을 드시기 시작했어요
할머니: 아 좀 천천히 들어요! 내건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할아버지는 들은 채도 안하고 허겁지겁 드시더라고요

 

그때 할머니가 주문한 돈가스가 나오고
제가 주문한 김치복음밥도 나왔다고 신호가 왔어요
그렇게 저는 처음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가족처럼 밥을 먹게 되었어요

이가 안좋으신지 힘들게 냉면을 오물거리시던 할아버지가
퉁명스럽게 할머니께 말씀하셨습니다

 

할아버지: 나 거 돈까스 하나만 줘봐!

 

그러자 돈가스를 칼로 조각조각 자르고 있던 할머니는
더 퉁명스럽게

 

할머니: 아따메 왜 시킬때 먹고 싶은거 안시키고
나올 적마다 내것을 껄떡대고 그래요?

 

할머니는 투덜대며 돈가스를 절대 안줬어요
그러자 삐진 표정이 역력한 할아버지는
처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냉면을 입에 몰아 넣으시더니
벌떡 일어나 카트를 몰고는

 

할아버지: 얼른 나와!
안 나오면 나 혼자 갈거야

 

가버렸어요

놀란 할머니는
겨우 서너점의 돈가스를 드시다가
저 망할 놈의 영감탱이 망할놈의 영감탱이를 연발하며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일어나셨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금새 보이지 않으셨고
할머니는 급한 마음에 종종 걸음으로 따라 가셨죠
두분이 다 드신 접시를 반납도 안하시고 제 테이블에 남겨놓은 채 말이죠

 

그때 였습니다

기둥뒤에서 카트를 밀고 갑자기 할아버지가 나타났어요
후다닥 제 테이블에 앉더니
할머니가 남겨놓은 돈가스를
허겁지겁 드시는 거예요

 

할아버지: 망할 놈의 할망구 하나만 달라니까 맛있는 건 지 혼자 다 쳐먹고말이야 어!

 

저만치 가시던 할머니는두리번 거리시다가
테이블에 앉은 할아버지를 발견하셨고

 

할머니: 이런 돼지 같은 할아범!

 

화가 나셨는지 그대로 막 나가버렸어요
할아버지는 돈가스를 먹으며

 

할아버지: 차열쇠가 여기있는데~
차열쇠가 여기있는데~
혼자 가봤자 날만덥지~

 

중얼거리면서 남은 돈가스를 끝가지 다 드시더니
그대로 또 그릇을 남겨둔채 사라지셨습니다

제 테이블에요
저는 조용히 김치볶음밥을 먹고
두분이 놓고가신 돈가스와 냉면그릇을 치웠습니다